일상

임금체불을 당했다 (1) [노동청 진정 후기 / 임금체불]

lotus05f 2024. 10. 2. 23:14

 

임금 체불을 당했습니다

 

대략 100만원 조금 넘는 정도....

 

당한 건 당한 거고 돈은 어떻게 받냐 하면 저는 일단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넣었습니다.

 

돈 못받으면 사실 생각나는 방법이 노동청 밖에 아는 게 없기도 했고 노동청에서 해결되면 가장 다행인 일이라 노동청에 넣었죠

 

근데 저도 제출하면서 안건데 노동청 임금체불은 제가 근무 중이라면 임금이 하루만 밀려도 신고를 넣을 수 있지만 퇴직을 한 후라면 14일이 지난 후에야 진정서를 넣을 수 있었습니다.

 

임금이 밀린건 두 달 치이고 제가 이상하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서 근무를 그만둔 건 9/2일이고.... 이 말은 추석이 지난 후에야 진정서를 넣을 수 있었다!라는 겁니다.

 

아니구나 다시 확인해봤는데 진정서 제출 자체는 추석 연휴에 14일 지나자마자 넣었네요.

 

이제 민원을 넣었고... 광주 고용 노동청에 접수되었다는 건 9/20일에 연락이 왔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와서 놀랐어요 한 2주는 기다릴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이제 접수는 됐고..

그 다음날 배정되었다는 알람도 왔습니다! 

 

 

 

그리고 25일날 출석 요구가 왔습니다....

10/2일... 수요일... 저는 수업이 이 날 4개가 있으니까 시간을 바꾸기 위해서 전화를 해봤는데요

이 회사에 저 말고도 임금체불로 진정서를 넣은 사람이 한 분 더 있어서 같이 불렀답니다.

그래서 일정을 바꾸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냥 수업 빠져야죠.... 아... 내 돈... 내 시간...

 

 

이제 수요일에 노동청을 갔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광주가 아닌데 이 고용주 법인회사가 광주라서 광주노동청에 가야 했습니다.

8시 반에 고속버스 타고.... 노동청까지 가고... 

 

이제 노동청에 도착해서 들어갔는데 뭔가 동사무소 같은 분위기더라고요 

그 한 2m 정도 되는 테이블에 담당관 한분씩 앉아있고 복도 쪽에는 진정인이 두 명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고 뒤에는 캐비닛들이 세워져 있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이제 제 사건 조사하시는 담당관 분한테 가서 앉고 신분증이 필요해서 신분증 드렸습니다.

 

이후에는 하는 게 제가 미리 진정서 넣을 때 제출했던 자료나 기타 업무 관련해서 질문을 쭉 하시고 이름이 기억 안 나는데 조사서 같은걸 담당관님이 타이핑해서 문서로 출력합니다.

 

하시는 질문이 이제 어떤 경로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느냐, 근무 기간은 정확히 얼마나 되는가, 급여는 어떻게 책정이 되었는가, 고용주와의 업무 소통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가, 고용주가 업무에 대한 지시사항을 어떻게 내렸는가, 업무 시간은 어떻게 되는가... 등등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조사가 끝나면 이제 거기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고 도장을 찍습니다.

도장이 없어서 지장을 찍었습니다. 8장 정도를 전부 지장을 찍는데 지장 이렇게 많이 찍은 거 집문서 이후로 처음이었어요.

 

조사는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그래서 조사 다 받고 나서 나온 결론이 뭐냐?

 

 

담당관님 : 힘들 것 같습니다

 

나 :

 

지금돈못받고한달동안기다리고친구없어서수업에서뭐했는지듣지도못하는전공수업4개나빠지고왔더니듣는말이힘들것같네요전주에서광주까지한시간반버스타고지금이북구까지왔는데듣는말이힘들것같네요할일개많이밀려서어제도잠4시간도안잤는데지금집가서도할일이산더미같은데듣는말이힘들것같네요

 

 

 

그래서 왜 노동청을 통해서 해결하기 힘드냐~

 

그건 제가 근로자로 분류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가 프리랜서로 분류가 될 것이라고 말하시더라고요! 노동청에서 해결이 불가능!

 

 

 

담당관님이 하시는 말이 이제 피진정인(=고용주)한테 출석 요구를 넣긴 할 텐데 보통 피진정인은 첫 번째 출석 요구에 나오진 않는다. 그리고 피진정인이 진정인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이제 노동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가기 전부터 알고 있긴 했어요. 노동청이랑 전화상담 할 때도 그렇게 말하긴 했고... 그래도 노동청에서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석까지 했던 겁니다. 음

 

이제 노동청에서 안된다고 하면 끝난 거냐? 하면 아니긴 하죠....

지급명령... 민사... 진짜 사기죄로 형사고소하기....

 

 

민사.... 아... 민사에 대해 제가 설명을 들은 게

민사는 최소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 돈을 잃고 살아야 한다. 

만약 진짜 이 법인회사에 돈이 없으면 진짜 돈을 못 받을 수 있다. 

변호사를 안 끼고 진행하게 되면 직접 법원에 출석을 해야 한다.

변호사를 끼면 변호사 선임 비용이 받을 돈보다 더 큰 금액일 거고 승소를 한다면 변호사 선임 비용까지 같이 청구할 수 있지만 법인회사에 돈이 없다면 돈을 못 받는다. 패소하거나 돈이 없으면 선임 비용까지 전부 부담해야 한다.

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진짜 지긋지긋하다.

아니 백만 원이 작은 돈은 아니지만 이거 가지고 민사까지 가고 싶나?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났습니다.

 

하지만 가야죠....

 

지금은 노동청 출석만 마친 상태고 약간 멘탈이 띨롱띨롱한 상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민사는 넣을 거고요 사기죄도 넣어야죠....

변호사는 안 쓰고 이제 소장 같은 서류는 아시는 분 도움 받아서 이제 다음 주 월요일 즈음에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상황에 진전이 있으면 또 정리해서 글 쓰겠습니다

 

 

 

 

 

 

 

 

 

+

임금체불 당한 게 자랑인가?

임금체불당하고 사기당한 게 뭐가 자랑이라고 이렇게 글을 써서 올리는지 궁금해할 것 같아서 적어봅니다

제가 당연히 자랑하라고 적은 건 아니고요 

다른 분들도 이런 거지 같은 일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글 써봤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 정리하기에도 글로 쓰는 게 가장 좋아서 적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임금체불 당한 게 왜 부끄러워야 하죠... 

돈 떼 먹힌 건 난데 왜 내가 그걸 이야기도 안 하면서 지내야 합니까 그리고 숨길 일이라고 하기엔 제가 너무 화가 나서 이미 친구들 여럿한테 말해서 비밀도 안 됨

그냥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제가 한 알바는 과외이고, 고용주는 과외 중계업체였습니다.

이제 이 글을 보시는 대학생분들은 과외알바를 하게 된다면 꼭 선불로 받으시고 일반 식당이나 학원에서 근무한다면 꼭 계약서를 작성하세요... 그리고 돈이 하루라도 밀리면 바로 임금체불로 진정서를 넣겠다고 말하고 바로 받고 안 주면 근무 중단하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설마? 설마 하다가 일하고 못 받은 돈이 많아지질 않길 바랍니다....

 

 

왜 근로계약서도 작성 안 하고 서류로 남긴 게 없냐? 

- 제가 지금까지 알바를 5개 정도 했는데 놀랍게도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한 게 딱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대형 의류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한 거였고 나머지 일반 매장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알바 입장에서 근로계약서에 대해 먼저 말하기도... 힘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아르바이트했던 모든 곳에서 임금이 하루라도 밀린 적은 없었습니다. 그게 제가 두 달 가까이 임금을 못 받으면서 설마? 진짜 안 주겠어라고 생각한 이유기도 했습니다.